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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대해

한 번쯤은 맥주 양조자들의 실험정신을 기려보자 - 맥아화과정에 대해

맥아에 대하여

맥주의 맥은 보리 맥(麥)을 쓰는 만큼 기본적으로 보리로 맥주를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 맥주를 음미하는 과정을 보면, 잔에 따랐을 때의 색감, 빛깔, 향, 맛, 질감 정도로 나누어서 볼 수 있다. 여기서 보리는 모든 과정에서 영향을 미친다.

맥아란

맥아는 보리가 맥아화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다. 보리를 맥주에서 이용할 수 있게끔 가공하는 과정이다. 
맥아화는 보리를 물에 불리고, 싹을 틔운 후 건조하는 세가지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진다. 맥주를 비롯하여 막걸리나 와인 등의 모든 주류는 기본적으로 효모가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인 당을 제공해줘야 한다. 보리로부터 제공된 당을 효모가 먹고 알코올을 내뱉어내는 과정이 발효이다.
원활하게 발효가 이루어지도록 효모가 최대한 수월하게 당을 흡수할 수 있게 미리 당을 잘게 쪼개줘야 한다. 이를 위해 당을 분해하는 단백질인 효소가 필요하다. 효소는 보리가 싹을 틔우는 과정에서 생성되므로 보리에 물을 주고 싹을 틔우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후 싹의 성장을 막고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보리를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수분이 남아있다면 썩어버리기 때문에 건조를 시켜 보존성을 높이는 것이다.

국산맥아


맥아의 종류

보리의 종류에 따라, 맥아화의 과정에 따라, 또는 건조방식이나 가공처리 방법에 따라 맥아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크게 나눠보면 맥아는 베이스 맥아와 특수 맥아의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베이스 맥아는 맥주의 기틀을 잡아주며 필수적인 당을 공급해주기 위해 쓰이는 맥아로 양조에 많은 양이 쓰인다.
특수 맥아는 베이스 맥아가 잡아놓은 틀에 개성을 더해주는 용도로 쓰인다.
특수 맥아의 대표적인 예를 들면 맥주에 달콤한 맛을 주는 캐러멜맥아와 구운 빵 맛을 더하는 구운 맥아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이외에 맥주에 특별한 색만 부여하거나 pH 조절이나 바디감, 질감 또는 거품의 조절 등 맛 이외의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맥아도 있다.

캐러멜 맥아와 구운 맥아

위에 언급한 캐러멜 맥아와 구운 맥아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건조 과정과 건조 후 추가로 굽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베이스 맥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베이스 맥아의 경우, 건조 과정 시 보리가 효소를 머금은 채로 바로 건조하므로 맥주를 만들 때 그 효소를 이용하여 당을 잘게 쪼갤 수 있게 된다. 반면 캐러멜맥아는 바로 건조 시키지 않고 보리가 아직 약간의 물을 머금고 있을 때 적당히 온도를 올려 보리알 내부의 효소를 미리 활성화시킨다.
이렇게 하면 지니고 있던 효소가 보리알 내부의 당을 분해하고, 분해된 당은 캐러멜과 같이 끈적한 상태로 보리 알 내부에 남게 된다. 이 과정을 캐러멜화라 이른다. 실제로 맛을 보면 캐러멜과 같은 단맛이 느껴진다. 이후 추가로 굽는 과정을 거치는데 굽기의 세기에 따라 맥아의 색과 맛 등이 달라진다.
반면 구운 맥아는 캐러멜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건조 이후 굽는 과정에서 강하게 구워 거의 태우다시피한다. 이 역시 굽는 강도에 따라, 또는 건조 단계에서 주는 차이에 따라 등의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종류가 나눠진다.

맥아와 맥주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맥아를 맥주에 이용했을 때 맥아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차이점이 만들어진다.
더 진한 색의 맥아를 섞을수록 검은색에 가까운 맥주가 추출되고, 옅은 색의 맥아를 섞을수록 연한 색의 맥주가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포터나 스타우트와 같은 검은색 맥주가 검은색의 맥아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색깔이 있는 맥아를 조금만 넣어줘도 맥주의 색깔은 크게 변하기 때문에 다량의 베이스 맥아와 소량의 특수 맥아와의 조합으로 색을 조절한다. 이에따라 검은색-갈색-주황-노랑 정도의 색 스펙트럼이 형성된다. 맥주의 색이 주는 시각적 효과는 맥주 음미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색과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다.
맥주에 캐러멜화한 맥아의 비중이 높다면 더 진득해지고 달아지며, 많이 구운 맥아를 많이 사용한다면 커피에서 느껴지는 탄 맛이나 초콜릿과 같이 진한 맛과 향을 지니게 된다.



맥주도 결국 발효과학에 의해 만들어지는 알코올 음료수이다. 보리를 그대로 쓰면 효모가 섭취할 수 없으니 전분을 당으로 전환해주는 맥아화(당화)가 필수적인 절차가 된다. 여기에 양조자들이 창의성을 더해 특수 맥아를 발명 및 개발하여 오늘날의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흑빛에서부터 황금빛까지, 탄맛에서 고소함을 거쳐 달달한 맛까지 인류는 맥아를 이용해서 외관과 맛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더하여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왔다.

다양한 맥주를 원 없이 즐기되 끊임없이 새로운 맥주를 갈구하는 맥주 양조자들의 실험정신을 한 번쯤 되뇌면 지금 이 순간 내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시원한 맥주가 좀 더 특별해지지 않을까.